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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마의 두서없는 필리핀 이야기 #2 필리핀의 발전이 더딘 이유

  • 작성자 사진: 필사마
    필사마
  • 5월 12일
  • 3분 분량

하루 글 쓰고 안쓰면

아마도 작심3일이 될 것 같아 (매일 쓰기는 힘들지만) 두번째 이야기도 바로바로 써 봅니다.


2. 필리핀의 발전이 더딘 이유


보통 한 나라의 국민성은 그 나라 영토의 지정학적 위치와 기후에 아주 많은 영향을 받지 않을 까 생각됩니다.

필리핀과 같은 열대성 기후의 나라는 연중내내 따뜻하거나 더워서 겨울을 준비할 필요가 없고 수렵채집 활동이 용이하므로

전체적인 생활패턴이 느립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의식주(義食住)" 중에 "식(食)"만 있어도 그럭저럭 살아갑니다.

날씨가 더우니 집 없이 노숙해도 어영부영 살아갈 수 있고 심지어 옷이 없어도(?) 살 수 있죠.

먹는 것도 바나나와 망고를 따먹으면 됩니다. 원시시대라면 말이죠.


그러므로, 생존, 삶에 대한 집착이라고 할까..

근면성실함 같은 것이 평균적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도 이 곳에 20년을 살아보니 저도 어느새 그렇게 변해 있는게 사실이구요.

생활패턴이 거의 필리피노가 다 되어 많이 게을러 진게 사실입니다.


이것은 기후에 따른 "개인적인" 삶의 패턴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사회적인 영향도 많이 받습니다.

예를들어 밖에 나가서 일 좀 보려해도, 특히 관공서 일은 우리나라만큼 빨리빨리 진행되질 않습니다.


(대한민국 떠나면 어느나라나 다 그렇겠지만) 일 진행이 느릿느릿 세월아 네월아죠.

교민 초짜때는 나 혼자 이리뛰고 저리뛰면서 일을 빨리 진행시키려 하지만

사회가 구조적으로 느리다는 것을 어느순간 받아들이고는 저 자신의 기대치도 점점 느려집니다.


이러한 기후에 따른 느린 생활패턴과 국민성이

아마도 사회발전에 저해시키는 주요 요인이 아닐까 생각하는 생각입니다.


세계지도를 살펴보더라도 적도 주변국 사이에서는 선진국을 찾아보기가 힘드니까요.

(도시국가인 싱가폴을 제외한다면요..)


하지만,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요.

일종의 사회계급에 기인한 문제입니다.

오랫동안 뿌리깊게 내린 식민지 부역자에 관한 것인데요.



간단하고 빠르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대항해시대의 시작은 향신료 교역으로 부터 발생되었다는 것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후추와 육두구(Nutmeg)와 같은 향신료는 귀족층에서 소비되었는데

그 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비쌌습니다.


특히 대륙을 거쳐오며 독점 공급되는 이러한 향신료는 가격이 금값이 육박할 정도로 비싸,

이러한 재배처를 찾아나선 것이 대항해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육두구는 좀 생소한데 살짝 계피맛이 난다고 하네요. "신짱"이라는 과자에 포함되어 있으니 한번 드셔보세요.

그 향이 강하지 않고 요즘은 더 좋은 향신료가 많아 잘 쓰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향신료 원정대인 마젤란이 1521년에 필리핀에 상륙했으나

필리핀에는 그런 향신료가 없다는 것을 알게되고, 무역의 교역지로 활용하다

결국엔 플렌테이션 농업을 실시하게 됩니다. 주요생산품이 설탕의 원료, 사탕수수였죠.


거대한 사탕수수밭
거대한 사탕수수밭

이를 통해, 필리핀 지방호족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러한 플렌테이션(대농장) 경영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이들이 스페인의 부역자들이죠.

우리나라로 치면 일제강점기 시대때의 부역자, 매국노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러한 호족들은 수백년간 부를 축적하여 지금 필리핀의 정치/경제를 주무르는 가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죠.


문제는 여기서 부터 시작됩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과연 "애국심"이라는게 있을까요?

애시당초 필리핀은 7천개의 섬으로 분리되어 있어 전통적인 국가의 개념은 없었습니다.

스페인이 통합하기전엔 잘개 쪼개진 부족국가 였고 지금은 따갈로그로 어느정도 통합되었지만

지방어까지 따지면 170개의 언어가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부터 제 개인적인 경험에 따른 뇌피셜이 들어갑니다.


그렇게 고착화되어서 하나의 계급이 된, 사회지도층,

돈 많은 가문의 사람들에게 과연 애국심이라는게 있겠습니까?


순수혈통을 지향하는 아얄라 가문
순수혈통을 지향하는 아얄라 가문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양반계급은 없어진지 100년도 넘었지만 필리핀은 500년째 그대로 존속되고 있습니다.


장기간 많은 세대를 거쳐서 지속된 만큼, 그들의 선민사상 또한 엄청납니다.

스페인의 피가 흐르고 그 혼혈이라면 더욱 대중의 칭송을 받습니다.

덩치도 크고 키도 평균 필리피노 보다 머리 하나 차이나고

서양인처럼 생긴 이목구비가 더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러한 계급사회가 변함없이 계속 유지되길 바랍니다.

싼값에 노동력을 쓰고 귀족처럼 대접받고 싶어하죠.


그래서,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이나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같은 사회구조적 개혁이 없는 것이죠.

지배층은 급진적인 변화를 원하질 않습니다.

그래서, 필리핀내에는 동남아에 많은 그 흔한 제조업 공장도 필리핀에는 찾아보기가 힘들죠.


제조업이 발전하면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고 국민소득도 같이 올라갑니다.

교육과 지식수준도 같이 올라가죠.

그들은 대중들이 깨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방향으로만 정치와 경제를 컨트롤 합니다.

그들의 가족/친척들은 외국(특히 미국)에 살거나 외국을 수시로 왔다갔다 합니다.

그들은 언제든지 자신의 사정에 따라 국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중국적은 기본일 것입니다.


그들과 그들의 자식들에겐 인생은 그저 놀이터입니다.

재밌게 즐기다가 가는 곳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곳에서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영웅이 등장하기는 힘들것입니다.

정치/사회/경제적인 개혁이 나오기도 불가능하구요.

이러한 개인주의가 판치다보니 치안도 엉망인 것입니다. (내 가족만 안전하면 OK)


그래서, 필리핀의 발전은 더디기만 한 것입니다.



[필사마]


p.s. : 두서없이 적는거라 오늘은 내용이 무겁지만 다음에는 가벼운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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